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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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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의 목적은 그동안 ‘무슬림 마르코 폴로’라는 명명에 가려진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가 가진 의미를 지리적 주제를 중심으로 찾아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가 학계 및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과정을 번역 및 선행연구를 중심으로 살펴 보았다. 다음으로는 이븐 바투타와 마르코 폴로의 여행과 여행기를 비교하였다. 두 여행의 비교는 여행이 이루어진 시대적 배경과 여행 목적, 여행 기간 및 여행지의 범위를 중심으로, 두 여행기의 비교는 여행기의 집필 방식과 여행기의 구성 및 내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결론적으로 이븐 바투타의 여행은 마르코 폴로의 여행과 비교할 때 여행 기간, 여행지의 범위, 여행기의 분량 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한다.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가 가지는 의의는 첫째 근대 이전에 이루어진 여행 중 가장 넓은 지역을 여행한 기록이다. 둘째 중세 인문지리학 자료의 보고로서 높은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셋째 그의 여행기가 제공한 풍부한 지리적 정보는 이슬람 세계의 지리적 지식에 계승·발전되었으며 이후 대항해 시대를 여는 데도 기여했다. 넷째 14세기 상호연결된 아프로아시아 세계를 횡단한 그의 여행은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한 세계에서 글로벌한 장소감과 로컬한 장소감의 균형있는 상호작용이 요구되는 현대인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본고에서는 독일의 지리학자 겸 기자였던 지그프리트 겐테가 1901년 조선을 방문하고 작성한 기행문을 분석하여 제국주의와 과학적 경험주의의 속성이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겐테는 근대 지리학의 전통에 따라 미지의 세계를 각종 관측 도구와 지도를 이용하여 측정하며 지리 정보를 수집하였다. 겐테의 조선 기행문은 선행 서양여행자의 기행문에 비해 객관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지역의 경관을 해석하면서 인간의 활동과 자연환경의 상호작용에 기반한 지리적 사고를 반영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관찰 대상과 관찰자 사이의 상호 응시를 인식하였고 자신의 위치성을 객관적인 관찰자로 표방하였으나 이는 외부자적 관점에서 과학주의 태도를 견지하도록 함으로써 토착민의 환경관을 인정하지 않도록 이끌었다. 이와 같은 겐테의 시선은 제국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는데 당현금광 방문에서 나타나듯이 그는 후발 제국주의 국가였던 독일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겐테의 한반도 기록은 근대 지리학자의 탐험 욕구와 지리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독일의 제국주의 팽창의 도구적 역할을 수행하였음을 나타낸다.
본 연구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재현된 패루에 대한 역사문화지리적 의미를 고찰하였으며, 그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박지원은 1780년 청나라 번성기에 압록강을 건너 열하까지 오가면서, 일반 민가의 상갓집 백색 패루, 정교하고 웅장한 석방 패루, 황실에서 추증한 공로 패루, 황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화려한 유리 패루 등 다양한 장소에 위치했던 중국의 전통 패루를 경험하고 관찰하였다. 둘째, 패방이라고도 불리는 전통 패루는 황가궁전, 종교 사원, 능묘, 사당, 관아, 교량, 원림 등의 입구와 성곽도시의 중심도로 등에 세웠던 단독 건축물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 문화경관이다. 셋째, 전통 패루의 대부분인 관식 패루는 건축 재료와 규모, 문양과 색채, 편액의 글귀 등을 통해서 천자 중심의 세계관, 유가의 통치이념, 도가의 미학사상 등 중국의 전통 사상을 상징적, 종합적으로 재현하였다. 마지막으로, 명·청 시대 북경성 주요 거리와 골목의 경계에 세워졌던 패루는 주민의 거주공간을 경계 짓고, 통제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는 경관이었으며, 대부분 주요 지명으로 현전되고 있다. 이처럼 패루는 중국의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건축경관이며, 어떤 장소의 역사문화적 특성을 상징적으로 재현하고, 그 경계를 명시적, 암묵적으로 지시해 주는 특수한 문화경관이다. 오늘날 패루는 중국과 해외 차이나타운에서 변용, 계승되고 있다.
『해유록(海游錄)』은 제9차 조선통신사로 다녀온 신유한이 일본을 방문한 여정과 일본에서 경험한 사실에 대해 기록한 사행록이다. 『해유록』에서 일본이 통신사에게 기대하는 시선과 통신사가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에 주목하여 내용을 살펴보았다. 이 방문은 일반 관광이나 여행과는 달리 일본 막부에서 통신사를 초정하여 여정을 주관하는 사행이었으므로, 이동 경로에서 통신사의 시선에 영향을 미친 일본의 의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일본은 조선의 사신을 성의를 다해 환대하고, 번화한 시가지와 산수의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는 일본의 이미지를 통신사의 시선에 투영하여 일본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가지길 기대하였다. 이에 반해 통신사는 일본을 화이론(華夷論)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여기에 반일의식과 부정확하고 왜곡된 사전지식을 더하여 전반적으로 일본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강하게 나타내었다. 여정을 기획한 막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신유한은 일본의 문물이 발달해 있더라도 교화되지 못한 사람들로 인해 사회적 부조화가 나타난다고 인식하였으며, 일본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차지한 사실을 못마땅해하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비록 신유한의 서술에서 긍정적으로 표현된 부분을 찾을 수 있더라도 간접적인 경우가 많았고 일부에 불과하였다. 이렇게 당시에 일본의 기대와 조선의 시선 사이에 존재하던 간격은 근원적으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상호문화주의 입장에서 이분법적인 타자 인식을 극복하고 어느 한쪽의 고정된 프레임을 초월하면서 역동적인 대화와 교류를 진행한다면,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존재하는 문화 간 이해의 간격을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기대한다. 조선통신사의 파견이 서로 다른 문화를 인정하고 상호 이해하려는 시도라고 한다면, 오늘날에도 이 역할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중심으로 조선후기 연행록에 나타난 노정을 분석하였다. 연구의 대상은 17세기 이요의 『연도기행』, 18세기 김창업의 『연행일기』, 18세기 박지원의 『열하일기』, 18세기 서호수의 『연행기』, 19세기 김경선의 『연원직지』이다. 그리고 18세기에 제작된 『요계관방지도』를 통해 노정의 공간을 확인하였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사행사들의 노정을 통하여 요동지역의 중심 공간의 변화와 조선인들의 인식을 유추할 수 있다. 박지원을 비롯한 사행사들이 남긴 노정은 지도였고, 낯선 장소에 대한 안내서였다. 이 축적된 기록은 또한 중국을 알고 이해하는 데 중요한 종합 지리서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현재 충청도의 별칭으로 사용되고 있는 ‘호서(湖西)’라는 지명의 명명 및 의미 구성의 과정과 기능들을 분석하고, ‘호서’의 지명 영역과 변천, 그리고 그 이름에 담긴 영역 정체성을 분석하는 것이다. 첫째, ‘호 서 지명의 의미 구성’과 관련하여 자크 라캉의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 개념을 확장시켜 ‘호서’라는 이름이 상상 지명에서 상징 지명으로 질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과정을 분석하였다. 둘째, ‘호서 지명의 영역 정체성’에서는 행정 지명 ‘호서’가 가리키는 구체적인 지명 영역과 그 변천 과정을 확인한 후, 상징 지명 ‘호서’가 함축하고 있는 영역 정체성을 문헌 중심으로 조사하였다. 결국 ‘호서’라는 이름은 16세기 전반 ‘호남(湖南)’을 모방하여 명명한 상상 지명에서 시작하여 17세기 이후 충청도를 대체하는 행정 지명으로 쓰이고, 18세기 이후부터는 영역 정체성을 재현하는 상징 지명으로 진화하였다. 그러나 1896년 지명 영역의 분할로 인하여 상징 지명으로서의 물질적 기초가 분열되면서 쇠퇴의 길을 걷게 되는데, 일제 강점기와 현대를 거치면서 ‘호서’라는 이름은 상징 지명으로서의 기능이 크게 위축되었고, 젊은 세대의 지명 인식과 기억으로부터 점차 멀어져 가고 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동물과 같은 비인간 존재는 높은 사회적, 학술적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간 너머 지리학’ 연구자들은 돼지, 해삼, 녹조, 돌고래와 같은 비인간 존재의 살아있음에 주목하고, 이들의 행위성이 인간 중심으로 사유되고 기획되어 온 환경 담론과 행위 양식을 교란하고 거스르고 있음을 드러내 왔다. 이 논문은 제주 돌고래 생태관광을 사례로 남방큰돌고래의 행위성이 생태관광의 정치경제에 결합하는 방식을 살펴보고, 이 과정에 작동하는 인간–비인간 권력 관계를 검토한다. 남방큰돌고래의 신체, 생태, 습성과 삶의 경험은 다양한 담론적, 정동적 기제를 통해 관광객–돌고래 대면에 결합하고, 돌고래를 ‘야생 돌고래’ ‘귀여운 돌고래’ ‘자유를 되찾은 돌고래’와 같은 ‘살아있는 상품’으로 생산한다. 이 때 돌고래의 ‘살아있음’은 축적의 조건을 제공하고, 협력하고, 저항 하거나 혹은 전혀 무관하게 움직이는 등 다양한 형태로 인간의 정치경제적 기획과 상호작용한다. 이 연구는 비인간의 행위성이 인간의 담론과 기획을 반드시 교란하거나 거스르는 것만은 아니며, 인간 지배–비인간 저항의 이분법으로 수렴되지 않는 복잡하고 미묘한 상호작용이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본 연구는 1980~1990년대 『대천일기』를 사례로 공간 변화와 그 과정에 나타나는 역사, 문화 등이 개인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봄으로써 ‘공간’과 ‘개인 일상’간의 관계를 조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도시화에 따른 마을공간의 변화를 파악하고 경제적 활동과 비경제적 활동으로 나누어 개인 일상을 살펴보았다. 이 시기 대천마을은 농촌에서 도시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있었다. 경제적 활동에서 농업의 경우, 농지 감소로 인하여 농업 형태와 농지 운영방식에서 변화가 초래되었고 상업의 경우, 자녀의 상점 운영에 부모는 간접 참여로 나타났다. 비경제적 활동에서는 근대 문화와 마을 활동을 통해 개인 일상이 재구성되었다. 한편 마을노인회, 향토문화보존회를 중심으로 마을전통을 이어가는 일상도 지속되고 있었다.
오늘날 촌락 공간은 농업 중심의 사회에서 서비스 지향적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여전히 촌락성은 자연환경, 전통, 문화 등 여전히 특정 사실들에 기반을 두지만, 점차 촌락 내·외부의 여러 행위자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전유, 동원하는 사회적 구성물이자 재현된 이미지가 되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촌락성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이 누구에 의해 어떤 목적에서 어떤 재현으로 생산, 소비되는지가 촌락 연구의 핵심 화두가 되고 있다. 본 논문은 전라남도 담양군을 사례로 담양의 촌락성이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 이의 담론적 특징이 무엇인지, 이런 담론의 생산에 관련된 행위자는 무엇인지, 그리고 촌락성을 둘러싼 이들의 재현의 정치는 어떤 문제나 함의를 갖는지에 대해 고찰했다. 방법론으로서 담양을 재현한 주요 여행 텍스트를 수집, 범주화한 후 내용과 담론 분석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분석 결과 담양의 촌락성 재현에는 전통을 강조하는 토착주의 담론, 전원적 낭만주의 담론, 지역 발전주의 담론, 생태적 환경주의 담론, 도시 중심적 식민주의 담론이 작동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상호 간 연관성과 모순을 가지면서 촌락 현실의 특정 측면을 은폐하거나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본 연구는 김사량의 단편소설 『물오리섬』의 작중 장소와 경관 재현 양상이 갖는 의미를 문학지리적으로 분석하는데 목적을 둔다. 『물오리섬』은 일제강점기 말기에 대동강변과 물오리섬의 경관을 문학적으로 재현하여 식민지 조선인의 삶과 애환, 정체성을 표현한 작품으로, 문학지리적으로 중요한 텍스트라고 판단된다. 반 매넌(van Manen) 현상학을 활용한 텍스트 분석을 통하여 다음과 같은 5개의 주제를 도출하였다. 첫째, 평양 인근의 대동강 주변 경관은 조선의 향토적인 문화 경관으로 재현되었다. 둘째, 물오리섬은, 일제강점기라는 부조리한 현실을 차단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의지를 재현한 장소라는 의미를 가졌다. 셋째, 범람에 취약한 하중도라는 지형적 특성을 가진 물오리섬은, 일제강점기 말기의 엄혹하고 부조리한 사회구조에 대한 은유를 재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넷째, 물오리섬에 남아 있는 미륵과 순이 부부의 흔적과 대동강은, 일제강점기 말기에도 현실의 극복이 언젠가는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이 재현된 경관으로서의 성격도 가진다. 마지막으로 물오리섬에는 여성을 외부 세계와 격리시키고 ‘여성적’인 성역할을 부여하는 가부장적인 성역할과 젠더의식 또한 재현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문학작품의 서사구조와 시대적·사회적 의미에 대한 심층적·비판적 접근이라는 문학지리학의 의의와 가능성에 대한 논의와 시사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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