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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여성문학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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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의 목적은 여성의 불행감을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고 또 이를 추구한다. 하지만, 행복이란 상태는 좀처럼 정의내리기도 어렵고, 또한 그 행복에 도달하는 일은 지극히 어려운 일처럼 여겨진다. 오히려 인간은 불행감을 보다 더 쉽게 경험하는 듯 보인다. 인간은 자기 자신과 자신의 인생과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으며, 그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을 채택하여 자신을 불행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불행에 대한 느낌과 감정은 어떤 심리적 기제에 기원하고 있는가?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인간의 불행감은 인간이 현실 세계에 직면하며 경험하게 되는 갈등과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정신분석은 인간의 내적 세계를 갈등과 결핍이 일어나는 곳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인간의 정신병리가 이런 갈등과 결핍에 의해 생겨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간의 불행감 또한 이런 정신분석적 갈등과 결핍이론에 근거했을 때, 보다 분명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은 갈등으로 인해 고통당한다. 선천적으로 주어진 욕동은 만족을 추구하지만, 문명세계에서 그 욕동은 충분히 만족될 수 없다. 특별히 프로이트가 이야기하는 성적이고 공격적 욕동은 현실 세계에서 포기되거나, 지연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그가 바라보는 인간은 갈등 속에서 고통받는 존재이다. 다시 말해, 억압하려는 세력과 억압받는 세력 사이의 갈등 가운데 인간은 불행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게 된다. 다만 그 불행감은 신경증적인 불행감과 정상적인 불행감으로 나눠지며, 정신분석의 목적은 정상적인 불행감의 수준으로 불행감을 완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코헛에 따르면, 인간은 결핍으로 인해 고통당한다. 결핍은 자기 구조의 결핍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이 특별하게 존중받고 싶고 인정받고자 하는 자기애적 욕구에 지속적인 좌절이 발생할 때 이런 결핍은 발생하게 된다. 코헛은 인간의 자기감은 혼자의 힘으로 고양될 수 없으며, 자기의 가치를 알아봐주고 존중하는 외부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만 그 자기감은 향상될 수 있다. 그는 이런 대상을 자기대상으로 개념화시켰다. 그에 따르면, 자기대상 경험의 부재로 인해 자기감의 결핍이 초래되고, 이는 자기 자신과 자신의 인생에 대한 어두운 전망으로 이어져 불행감을 발생시킨다. 정신분석적 갈등과 결핍이론은 인간의 내적 세계와 외부 현실이 끊임없이 상호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임을 보여준다. 정신분석적 갈등과 결핍이론에 근거했을 때, 여성의 불행감은 여성에 대한 지나친 억압과 불평등, 그리고 여성성에 대한 평가절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 다양한 억압과 불평등을 받는다. 이는 여성 안에 내적 긴장과 갈등을 촉발하게 되어, 불필요한 억압으로 인한 신경증적 불행감을 경험한다. 한편으로 한국 사회에서 여성성은 평가절하의 대상이 될 때가 많고, 여성은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는 여성 안에 무의식적 결핍을 만들게 되고 이로 인해 여성들의 자기감은 더욱 떨어지게 된다. 정신분석적으로 여성에 대한 불행감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불행감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신분석적 일대일 상담에서는 여성을 불행에 빠트리게 한 상황을 상쇄시킬 수 있는 상담관계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여성의 내적인 심리 세계 안에 심한 갈등과 결핍을 유발시키는 사회구조와 환경에 때한 분석과 그 변화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이 연구는 ‘비파행도(琵琶行圖)’에 나타나는 기녀의 형상화와 의미를 다룬다. ‘비파행도’란 당나라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좌천된 심양(潯陽)에서 비파를 연주하는 늙은 기녀를 만나 그녀가 장안에서 유명한 기녀였으나 버림받고 떠돌게 사연에 크게 공감하여 지은 장편서사시 「비파행」(816년)을 시각적으로 재현한 회화작품들을 통칭한다. 「비파행」을 감상한 역대의 문인들은 대개 백거이의 입장 혹은 주자가 그랬듯이 백거이의 지나친 상심을 문제로 지적하였다. 한편 중국의 후대 희곡에서는 재자가인의 만남이라는 낭만적 운치를 강화하였고, 심양의 물가는 문학적 명소로 시각화되고 통속화되는 양상을 보여주게 된다. 이러한 비파행의 문학사적 수용사는 ‘비파행도’의 제작에 연관된다. 원대에서도 비파행이 그려졌으나 문헌기록으로만 볼 수 있고, 명대(明代)의 비파행도들에서는 기녀의 뒷모습이나 옆모습이 주로 그려졌고, 산수화 속에 비파행의 연주장면이 점철되어 가을날 물가의 운치를 표현하는 데 효과적으로 운용되었다. 조선시대 비파행도 제작은, 문학적 명소의 하나로, 특히 당인(唐寅)의 작품과 유사한 양태로 거듭 그려지며 시작되었다. 이때 가을 풍경 속 비파 타는 여인이 점철된 명대 비파행도 속에 퇴기는 아주 작게 그려질 뿐 미인으로 부각되지 않는다. 이후 조선왕실의 서화첩 『만고기관(萬古奇觀)』과 『예원합진(藝苑合珍)』에서 모두 ‘비파행도’를 수록하였는데 퇴기의 모습을 삭제시켰다. 이러한 조선시대 ‘비파행도’들은 「비파행」을 가을날 운치와 정치적 불운을 견디는 남성문인의 정신세계로 향유되도록 인도하고 있으며 백거이가 원작에서 제시한 여성의 문제는 삭제시키거나 지나친 애상(哀傷)의 문제를 최소화시키고자 한 것이다. 전근대기 회화작품이 다룬 여성의 불행은 한 여성의 특별한 사연으로 존중되기보다는 어떠한 범주로 일반화 혹은 객체화되었고, 대개 남성의 향유나 남성 문인들이 원하는 자기표현의 매체가 되었던 제 현상에 간략히 비교하자면, ‘비파행도’의 기녀도 그러한 양상의 하나로 시각화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자기록>은 18세기 후반 풍양 조씨가 남긴 대표적인 여성 생애기록이다. 본고에서는 이 작품에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성이 매우 중층적이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서술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러한 서술이 어떠한 의도와 효과를 갖고 있는지 탐색한다. 이를 통해 작자가 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감정이 당대 규범에서 허용되지 않았던 시부와 시조부에 대한 비판적이고 부정적 감정이었음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자기록>은 인물 제시부를 서술할 때 작자와 그 인물과의 심정적 거리와 친밀도를 고려하여 그를 소개하는 순서와 서술 분량, 인격적 표현과 수사의 수준을 신중하게 선택한다. 그러나 ‘존당 양대인’, 즉 시부와 시조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인물 소개나 묘사를 생략한다. 이는 이들의 존재감을 외면하고 이들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는 불편한 마음을 침묵과 누락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보았다. 또한 <자기록>에는 여러 인물들과의 관계성이 작자의 내적 신뢰와 친밀감의 정도에 따라 단계별 유형화된 설정으로 나타난다. ‘지우 관계’는 친정부모의 ‘부부간’, 언니와 자신의 ‘자매간’, 남편과 자신의 ‘부부간’에서만 등장하는 표현으로, 가장 긴밀하고 절대적인 관계로 설명된다. ‘중층적 감정 관계’는 시모와 자신의 ‘고부간’의 관계로, 낯설고 이질적인 감정과 동지애적인 유대감이 섞여있는 복합적인 관계로 표현되고 있다. 시부와 시조부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화도 관계도 드러내지 않으며, 남편의 와병 과정에서 이들의 언행만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서술을 보인다. 남편의 병세 악화의 순간마다 등장하는 이들의 언행은 인과적 관계로 전달되며, 이러한 서술을 통해 작자는 존당 양대인에 대한 ‘관계의 거부’를 보이고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자기록>은 죽은 이로 인한 상실감과 슬픔을 작품의 주 원동력으로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애도문학의 성격을 가진다. 하지만 이 작품은 죽은 이와의 관계성을 충실하게 복원하는 방식으로 그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는 점, 죽음의 원인과 책임을 따져 묻고 자신의 불행감의 근원을 조심스럽게 전략적인 방식으로 추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애도문학으로서의 독자성을 가진다고 보았다.
이 글은 <방한림전>에서 드러나는 갈등과 우울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살폈다. <방한림전>에는 통속적 흥미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동성결혼이라는 파격적인 시도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설정이 서사 전체에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왔는가를 젠더 규범과의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고찰했다. 이 글에서는 먼저 방관주의 남장에서 드러나는 특징을 살폈다. 방관주는 남성 젠더의 일반적 혹은 이상적 자질들을 모방하고 인용하는 과정을 통해 존재하지 않았던 아들이 된다. 이러한 ‘없었던 아들’ 되기를 통해 그가 가문의 적법한 후계자가 된다는 점에서 친족체계에도 혼란이 초래된다. 방관주는 자신을 여성으로서 호명하는 젠더 규범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자 존재하지 않는 아들로 순종한다. 그 결과 방관주는 순종과 거부가 교차하는 불안정한 장소로서의 주체가 된다. <방한림전>의 동성결혼 설정은 심각하거나 진지한 의도에서라기보다는 통속적 흥미 증대를 위한 서사적 가능성의 확대에서 비롯되었다. 결혼은 다른 여성영웅소설에서 서사의 ‘종결’ 기능을 수행했기에 결혼 이후에도 남장을 유지하는 일은 이 작품의 ‘종결’ 방식이 변경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 결과 <방한림전>은 ‘종결’을 위해 후손 잇기와 가문의 번성이라는 당대의 이상적 모습을 포함한다. 그러나 이상적 가문의 탄생에는 역설적으로 가문의 종결이 각인되어 있다. 가문의 적법한 후계자로서의 방관주는 젠더 규범의 거부를 위해 그것을 인용함으로써 ‘없었던 아들’이 된 존재이다. 또 그에게 있는 ‘흠’과 딱 맞는 ‘부합된 결함’이 있는 존재로서의 영혜빙과의 결혼을 통해 정상적으로 보이는 부부가 되지만, 이들은 무성애적 관계이다. 따라서 낙성 이후의 가문은 가부장제에서 중시하는 남성 혈통이 부재한 가부장제적 가문이 된다. 결말에서 방관주, 영혜빙, 낙성으로 이루어진 가족은 완벽한 가부장제적 가족을 형성한다. 이러한 표면적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이 작품은 유교적 가부장제를 이상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방씨 가문은 사실상 혈연적으로 단절되었으며, 가부장제의 핵심인 남성 혈통의 계승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젠더 규범은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실패했다. 젠더 규범의 실패는 젠더 규범과의 갈등을 핵심 갈등으로 삼는 여성영웅소설에서 서사적 종결의 실패를 의미한다. <방한림전>은 통속적 흥미를 높이려 했던 작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젠더 이분법의 필연적 성공이자 실패’를 징후적으로 드러낸다. 즉 이 작품은 대단한 저항이나 의식적 성찰의 결과물이 아니라, 장르 관습의 이행과 살짝 비틀기, 흥미를 노린 통속적 목적의 서사 바꾸기가 파생한 우연한 성취이자 젠더 이분법에 대한 불안을 노출한 작품이다. 따라서 <방한림전>은 이성애 젠더 규범이 그리 안정적이거나 일관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의 징후가 우연히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본고는 이난영의 이력에서 드러난 몇 가지 논점을 정리하고 행과 불행의 측면에서 이난영의 삶과 노래를 살펴본 것이다. 이를 위해, 당대의 자료를 풍부하게 수집하여 활용하는 한편, 이난영의 딸이자 김시스터즈의 리더인 김숙자 선생과의 면담과 <목포의 눈물> 작곡자 고 손목인 선생의 아내인 오정심 선생과의 면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2장에서는 그녀의 이력과 관련된 논쟁 중, 등단 곡 문제, 결혼 연도, 그리고 친일 활동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이난영의 등단곡으로 종종 거론되는 <불사조>는 등단 곡이 아니라 이난영의 노래 중 가장 먼저 인기를 얻었던 노래임을 밝혔다. 또한 이난영과 김해송의 결혼 연도는 호적을 기준으로 1937년임을 제시했다. 아울러 최근에 불거진 그녀의 친일 활동에 대해서는 현재까지의 부족한 자료로는 단정해서 말할 수 없음을 언급했다. 다음으로 3장과 4장에서는 각각 행과 불행의 측면에서 그녀의 삶과 노래를 살펴보았다. 3장에서는 그녀가 인기 가수였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그녀의 다양한 활약상을 제시했다. 초창기 한류 가수로서의 흔적, 최초의 걸 그룹의 면모를 보여주는 활동, 최초의 뮤지컬 영화 출연, 여성 기획자와 연출가로서의 모습 등이 그것이다. 특히 본고에서는 그녀를 여성 기획자로 자리매김 하고자 했다. 4장에서는 그녀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에 주목해서 그녀의 삶 속에서 불행한 측면이 무엇인지를 언급하고자 했다. 유년시절에서부터 해서 가난, 아버지의 죽음, 남편의 이성 문제, 약물 중독 등이 불행의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행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그 어느 한 면만으로는 존재 의의가 없기 때문이다. 행복만으로 존재하는 삶이 없듯이, 불행만으로 존재하는 삶도 없다. 행복은 불행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고, 불행은 행복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한 사람의 삶을 놓고 그것이 불행한 삶이라든지, 행복한 삶이라든지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이난영의 노래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불행과, 그 불행을 견디고 이겨내면서 만들어진 목소리에서 어느 정도 비롯했다고 할 수 있다.
이옥은 문학을 재밋거리로 향유한 작가로, 그의 정문학론(情文學論)에서 문학의 가장 좋은 소재는 ‘남녀지정’이라고 말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옥이 이 정문학론을 명나라 말기 양명학 좌파 문인들에게서 취했지만, 그 새로운 문학론을 지지할 수 있는 철학적 근거는 수용하지 않은 점이다. 그래서 자극적이고 기이한 남녀지정을 즐겨 다루면서도 성리학적인 여성관에 기반하고 있는 열녀담을 다룰 수 있었으며, 파격적인 남녀 간 사랑을 절절하게 서사해 놓고 그 내용과는 이반하는 후평을 반복할 수 있었다. 이옥은 자유분방한 문인이면서도 여성에 관해서는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았기에, 파격적인 남녀 간의 기정(奇情)에 남성의 욕망을 투사해, 여성을 조롱하기도 하고·찬양하기도 했으며·폭력적인 시각으로 형상하고 비웃을 수도 있었다. 나이든 여성의 몸을 물러터져 먹을 수 없는 과일로 비유해 조롱하는가 하면, 기녀가 자신의 성을 매개로 남성에게 헌신·희생하여 정사(情死)한 것을 의협하다고 찬양하였고, 여성이 당한 참혹한 폭력을 서사한 탄원서를 『시경』 시를 집구해 개작하면서 포복절도할만하다며 웃음거리로 삼을 수도 있었다. 그의 후평(後評)은 서사의 내용을 배반하면서, 여성의 몸에 남성의 욕망을 투사하여 즐기고/조롱하거나, 즐기고/남성 중심 시각으로 평가하는 것이 기본 틀이었다. 이옥은 자유롭고 분방하며 문학적 역량이 탁월한 작가로, 파격적인 기정을 다뤘지만, 그에 걸맞은 세계관을 습득하지 못한 나머지, 여성의 곤경을 재밋거리로 수용할 수 있었다. 이렇듯이 이옥은 일부 연구자들이 말한 바처럼 여성정감을 가지고 여성을 연민한 작가가 아니라 여성의 몸을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즐기는 것에 치우쳤던 통속적인 작가였다.
본고에서는 국문장편소설 <쌍천기본>에 나타난 공주혼의 특징과 의미를 밝히고, 이를 통해 <쌍천기봉> 혼인담론의 일단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쌍천기봉>의 공주혼은 이관성의 장자 이몽현이 장옥경과 정혼하여 혼례일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상태에서 계양공주와 혼인하라는 늑혼에 의해 장옥경이 퇴혼당하고 계양공주와 이몽현의 혼인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계양공주의 지극한 노력으로 장옥경이 재실로의 복귀하게 되는데, 장옥경을 사모하던 설최의 계략으로 다시 장옥경이 출거당하고 이후 모함임이 밝혀져 이부에 재복귀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쌍천기봉>에 나타난 공주혼의 특징은 먼저, 외적인 정황상 가해자와 피해자, 또 한 남편을 함께 섬겨야 하는 적국 관계의 두 여성이 ‘지기(知己) 관계’로 설정되고, 평화로운 일상까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다음은, 왕실과 공주의 권위에 대해, 또한 재실이라는 위계에 의해 타자일 수밖에 없는 장옥경이 ‘타자 아닌 타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쌍천기봉>에 나타난 공주혼의 의미는 먼저, 신분과 위계 차이로 불화하기 쉬운 두 여성의 연대를 통해 평등하고 조화로운 가족관계, 나아가 인간관계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공주혼의 여성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함으로써, 재실로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아니라는 점을 환기하고 이를 통해 재실 문제의 타성(惰性)에 제동을 건다는 것이다. <쌍천기봉> 공주혼은 다른 작품의 공주혼과 유사한 지점을 공유하면서도, 두 여성의 관계와 재실로 들어오는 여성의 성격에서 중요한 차별 지점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국문장편소설 공주혼의 새로운 모습과 의미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혼인에서 여성들이 새로운 가족관계의 긍정적인 동력이며 주체일 수 있다는 여성 관련 혼인담론을 생성하는 동시에, 타성(惰性)화된 혼인제도에 대한 제동을 통해 남성 중심 혼인담론의 균열을 보여준다.
<한조삼성기봉>은 <옥환기봉>의 여성 인물인 곽후의 해원(解寃)을 목적으로 하는 복수담이다. <한조삼성기봉>에서 곽후는 남편인 광무제와 성별을 바꾸어 태어나 다시 부부가 되며, 자신이 전생에 받았던 감정적 상처를 환생한 광무제에게 그대로 돌려준다. 이때 주목할 점은 곽후의 현신인 강왕이 곽후의 복수를 성취하는 주체이나, 그의 선택과 행동이 광무제의 현신인 조수아에 대한 복수 의지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복수 주체인 강왕에게 적극적인 복수 의지가 없는 채로도 복수가 완성될 수 있었던 까닭은 이 소설이 성별 전환 설정을 도입하면서도 기존의 젠더 위계에 편승하는 전략을 취하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내용적으로는 여성이 주체가 되는 복수가 형식적으로는 남성에 의해 성취되는 굴절은 <한조삼성기봉>의 두 가지 서사원리와 관련된다. 첫 번째 원리는 권1의 전반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서사에서 적용되는 ‘표면원리’이다. 표면원리에 따라 진행되는 서사에서 강왕, 조수아, 위옥희 등의 남녀 인물들은 서사 내에서 여성 혹은 남성이라면 마땅히 수행하도록 기대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전형적이고 보편적인 서사를 완성한다. 두 번째 원리는 권1의 전반부에만 해당하는 듯하지만 사실상 권14까지의 서사 전개를 관통하는 ‘이면원리’이다. 이면원리는 인물들의 환생 내력을 환기함으로써, 표면원리에 따른 서사의 전개를 곽후의 복수가 성취되는 과정으로 재의미화 한다. 특히 남성 인물인 강왕에게 ‘남편에 대한 복수심에 찬 곽후’라는 여성 인물의 전사(前史)가 겹쳐지게 됨으로써 강왕이라는 인물에 대한 인식에 균열이 발생하게 된다. <한조삼성기봉>은 첫째, 인물들 개개의 선악보다는 인물들의 배후에 존재하는 젠더 구조를 의식하게 하며, 둘째, 이면원리가 표면원리에 개입하여 전형적인 인물 설정과 서사 전개에 대한 인식에 균열을 가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고전소설들에 대하여 반정립으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문제적 소설이다.
본고는 고소설 <양씨전> 속 구약여행에서 나타나는 유람적 성격에 주목하여 ‘시모를 위한 효열부의 구약여행’이라는 명분 뒤의 이면적 성격을 고찰하고자 했다. <양씨전> 속 구약여행을 보면 ‘주인공이 고난을 극복하고 선약을 얻어 오는 과정’ 자체는 같지만 그 실상을 보면 오히려 본격적인 구약여행 속에서의 고난은 약화되어있는 반면, 여행을 떠나기 전, 여성 여행의 명분을 세우기 위한 양씨의 고난과 희생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편 구약여행의 과정은 중국의 명승지들에 대한 유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마지막 목적지인 봉래산은 양씨의 친정으로 설정됨으로서 <양씨전>의 구약여행이 가진 귀녕(歸寧)으로서의 성격을 잘 드러내준다. 이는 당대 유행한 와유 및 산수 유람의 영향 하에 일어난 여성의 유람에 대한 욕구를 발현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여성의 유람욕은 귀녕에 대한 욕구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여성 여행 의식의 특징적 모습을 드러내주고 있다. 한편 <양씨전>은 여행에 대한 여성의 욕구가 드러나는 한편 ‘효열부의 구약여행’이라는 명분을 위한 자기검열의 모습이 함께 보인다. 이는 당대 여성의 외출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결과로, 작품 속 여성 여행의 한계라 할 수 있다.
본 논문은 한말 화서학파를 대표하는 인물인 면암 최익현의 여성 인식을 살펴보기 위해 작성되었다. 최익현은 여성 인물을 대상으로 한 35여 편의 글을 남겼는데, 양식상으로는 지인의 묘지명, 묘표, 행장 등의 비지문과 전장문이 가장 많고 내용상으로는 열녀와 효부를 다룬 글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는 지인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글을 작성한 경우, 어머니라는 여성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 어머니의 아들에 대해 관심을 더 보이며 여성은 훌륭한 아들을 통해 드러날 수 있다는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최익현이 기록한 열녀는 주로 죽음을 수반한 여성이었고 그러한 여성을 가장 높이 평가했는데, 이는 당대 다른 유교 지식인들이 가부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가부장의 공백을 메우며 가정을 돌본 여성의 행위를 열행이라고 인정한 것과 구별된다. 최익현은 열행 못지않게 효행을 중시하여 효열부를 다수 형상화하였는데 그에게 효열행은 목숨과 자식을 희생해서라도 지켜야하는 절대적인 가치로 인식되었다. 열행과 효열행이 쇠퇴한 풍속의 교화에 도움을 준다는 효용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효열행은 천리가 구현된 것으로 인식함으로써 열행 보다 높이 평가하고 있다. 최익현의 여성에 대한 인식은 전통 유교 사상에 입각한, 경색되고 보수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전통과 근대가 혼거하며 인식 체계를 교란하는 시기에 살던 구여성들이 정체성을 찾는데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구여성은 당시를 선/악의 대결로 인식했던 개화파 지식인과 정/사로 구별했던 유교 지식인의 경직된 사고를 조화롭게 수용하는 유연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최익현의 여성 인식을 통해 신여성, 개화파 지식인 중심의 편향된 연구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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