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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연구(韓國古典硏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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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국문장편소설 <완월회맹연>을 대상으로, 국문장편소설의 핵심 인물군이면서도 기존 연구에서 어머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했던 아버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로 시도된 것이다. 남편이나 남성이 아닌 아버지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또한 이를 좀 더 집약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자식의 혼사 과정이라는 특정 상황을 전제했다. <완월회맹연>에서 자식의 혼사 과정에 나타난 아버지의 형상은 크게 감정적인 아버지와 비상식적인 아버지로 구분될 수 있다. 전자로는 자신이 배제된 혼사에 서운함을 드러내는 아버지(정잠), 자식에 대한 사랑 앞에 이성을 잃는 아버지(정염), 자식에 대한 사랑과 계모에 대한 효 사이에서 나약한 아버지(한제선)가 있고, 후자로는 자식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의 신념만 고집하는 아버지(정삼), 혼사를 통해 자신의 결핍을 해소하려는 아버지(장헌)가 있다. 자식의 혼사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와 같은 형상이 의미하는 바는 먼저, 아버지의 복잡다단한 조건이 다양한 부성(父性)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 속에서 사적인 아버지보다는 공적인 아버지라는 이상적 아버지상이 모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자식의 혼사가 ‘아버지 되기’의 통과의례 기제로서, 이를 통해 아버지의 자질을 검증받기도 하고 아버지로서 한 단계 성장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상황에서 비교적 견고하던 부권(父權)의 균열이 나타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재단되지 않은 인간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완월회맹연> 속 아버지의 모습은 국문장편소설의 창작과 향유 과정에서 유표화되는 상층 계층의 현실 속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이들의 바람이 만들어 낸 새로운 기억의 직조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조선후기 시가(특히, 사설시조와 가사)에 나타난 부권 상실의 흔적들을 찾고 그것이 갖는 문화론적 의미망을 한번 살펴본 것이다. 최근 들어, ‘아버지’는 문화 담론에서 여성 못지않게 중요한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고전시가에서의 연구사적 관심은 거의 일천한 편이다. 부권(父權)은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권력관계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며, 여기에는 가정 내 담론인 ‘父/夫’와 국가 및 사회적 담론인 ‘君/아버지의 법’이 모두 포괄된다. 시대에 따라 ‘父’의 개념 및 의미역은 다소 달랐지만, 전통 사회에서 이러한 구분은 뚜렷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상호 호환되며 인식되고 있었다. 이러한 부권의 개념과 범주 속에서 조선후기 시가들을 살펴보면, 일탈하는 인물들, 반항하는 아들들, 향락적인 아버지, 현실의 무게감을 느끼는 주체, 悔恨하는 아버지들 등에서 부권의 흔들린 흔적들을 볼 수 있다. 대체로 일탈하는 인물들은 불륜을 행하는 ‘아내들’이거나 게으르고 용렬한 ‘며느리들’로, 남성성의 상징인 ‘건강한 육체’의 부재를 문제 삼으며, 이에 적합하지 못한 ‘아비/지아비’들을 버리기도 했고, 반항하는 주체들은 주로 소수자들로, 막강한 아버지를 흔들어 놓음으로써, 그 자리에 ‘향락의 아버지’를 양산하기도 했다. 또 부권 부재로 인한 어미/지어미들은, 현실적인 가계 운영 문제와 마주해야 했으며, ‘아픔/병듦’으로 인한 부권 상실은, 家長스스로의 자의식 문제와도 연결되어 悔恨의 정서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부권 상실의 흔적들은 조선후기 문화론적 圖像속에서 저항과 욕망, 근대라는 거대한 시가미학사적 문제를 제기하면서 ‘아버지로부터의 탈주’와 ‘그를 향한 질주’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특히, 후자는 도주하려는 주체들을 제도권 내로 포섭하려는 부권 회복에의 열망을, 제 3자가 훈계하는 방식이거나 경험해 본 주체가 ‘아버지의 법’을 내면화, 규율화 하여 전달하는 방식이거나, 시집가는 딸에게 훈계하는 방식 등 교조적인 형태로 보여준다. ‘아버지’가 하나의 문화적 구성물로서, 인류를 생존의 자연적 삶에서 문화의 인간적 삶으로 데려 온 사람이자 사회와의 끊임없는 관계망을 보여주는 의미 깊은 존재임을 고려하면, 이러한 아버지가 갖는 권위의 상실 흔적을 찾아보는 것은, 한가족이 어떻게 붕괴되는가 하는 점 외에 당대 문화사적 변모상을 밝혀낼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뿐만 아니라 이 시대, 잃어버린 아버지를 복원하고 새로운 아버지 像을 찾으려는 과정과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흔히 전후 신세대 소설가로 분류되는 서기원은 손창섭, 장용학, 오상원, 이범석 등 동세대 전후 작가들과 달리 현실의 공간이나 즉물(卽物)을 성실하게 관찰하고 인식하려 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전쟁이라는 폐허의 상황에서, 현실의 공간·즉물을 성실하게 관찰하면 어디에 이르게 될까. 본고는 서기원 초기 소설 속에 등장하는 청년들의 구체적인 삶의 형상, 곧 청년들의 연대, 아버지와의 관계 그리고 청년주인공들의 ‘아비 되기’ 욕망을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일제강점과 전쟁이라는 녹록지 않은 역사적 경험을 가진 만큼, 우리 근현대 문학에서도 ‘아버지 부재’와 청년들의 연대는 종종 확인된다. 서기원 소설 속 아버지 표상 역시 크게 보아 이러한 맥락 하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서기원 소설 속 청년들이 이룬 공동체는 그간 우리 문학에서 그려진 청년들의 연대와는 달리, 적극적인 연대의식 대신 수동적인 공통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성을 갖는다. 이 공동체는 어떤 신념이나 젠더에 앞서, 유기(遺棄)된 존재라는 공통성에 기반한다. 버려진 존재인 청년들은 이성과의 사랑 및 ‘정상가족’을 꿈꾸지만, 이들에게 사랑이란 타자성의 발견과 수용이 아니라, 이들이 갖지 못한 사회관계의 생성을 위한 당위적 행동일 뿐이다. 따라서 이 버려진 청년들이 이룬 공동체는 손쉽게 붕괴되어 버린다. 즉 서기원 소설 속 청년들의 공동체는 기존의 질서에 대한 어떤 대타의식을 드러내는 것도, 우정이나 사랑을 담아내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 모든 것이 부재하는 텅 빈 현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성과의 사랑과 정상가족을 꿈꾸는 남성 청년들은 공히 아비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 청년들은 부재하는 아버지를 치열하게 탐색하지 않는다. 아버지를 격렬하게 부인하거나 강하게 긍정하는 대신 청년들은 자신과 아버지 표상을 슬쩍 겹쳐놓는다. 아버지는 그저 ‘나’와 닮은 것으로, 이들은 손쉽게 아버지를 승인하고 아버지와의 관계를 매듭짓고 있는 것이다. 격렬한 부인이나 긍정의 합리화 등 수고로움 없이 아버지와의 관계를 매듭지었지만, 치열한 탐색이 생략된 결과 아버지는 여전히 불가해한 존재로 남게 된다. 내가 승인한 그 아버지가 아버지의 진짜 모습인지, 그가 나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지 나는 종내 알 수 없다. 아버지와의 관계를 억지로 복원시켜보아도 이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어떤 존재인가를 알지 못한다. 이성과의 사랑과 아이를 기대하지만, 청년들이 만나게 되는 것은 이들의 젠더감각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낯선 여자와 아비 모를 혹은 아비 없는 아이일 뿐이다. 일견 손쉽게 얻을 수 있을 듯도 하지만 이들은 결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라깡은 프로이트의 ‘포르트 다(fort-da)’ 게임을 재해석하며 아이가 던진 실패를 어머니가 아닌 대상 소타자로 보았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지젝은 이 게임의 근본적 불안은 아이가 대타자의 향락에 사로잡혀있음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지젝은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에게서 어머니 부재의 극복이 아니라, 대타자의 향락이 아닌 자신의 욕망을 유지시킬 수 있는 공간을 필사적으로 갈망하는 노력을 읽는다. 서기원 소설 속 청년들의 아비 되기 욕망은 지젝이 해설한 ‘포르트 다(fort-da)’ 게임과 닮아 있다. 낯선 여자와 아비 없는 아이는 청년들의 욕망이 양면적임을 보여준다. 아비 되기를 열망하지만 동시에 아비되기를 열망하지 않는 이 욕망의 회로는 압도적인 아버지의 현존에 대한 불안인 것이다. 이러한 욕망을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버지를 부정하는 행위이든 긍정하는 행위이든 그것으로부터 놓여날 수 없다는 것, 아버지는 나를 무한히 불편하게 하는 불안이라는 것이다. 서기원 초기 소설의 윤리는 여자를 책임진다거나 아비 되기를 꿈꾼다는 점, 그래서 이들이 소위 건강한 남성 정체성을 회복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아비 되기의 열망과 열망하지 않음 사이에 갇힌, 그 욕망 회로의 불안정함을 드러내 보이는 것, 그것이 전후 현실의 공간·즉물에 대한 관찰이 이른 자리이며, 아비 없는 아이로 표상되는 희망과 암울을 함께 품은 이 전망이야말로 서기원 초기 소설이 보여주는 한계이자 동시에 윤리라 할 것이다.
프로이트의 가족로망스적 관점에서 프랑스 혁명을 분석하면 ‘아들 세대는 아버지 세대를 부정한 후 형제들과 연대하여 새로운 사회를 구성하였다’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식민지라는 특수성으로 인해서 조선의 변혁은 프랑스 혁명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심훈은 『직녀성』에서 긍정성을 지닌 아버지 세대를 부정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포월(抱越)해야 할 대상으로 그려내고, 이런 아버지가 몰락하는 이유를 얼치기 근대인인 아들의 타락 때문으로 제시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동반 몰락의 길을 걷는 동안 아버지의 세계 속에서 은유화 되었던 딸들은 가문에서 이탈하여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는다. 이들은 공유와 분업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해 아버지가 없는 고아이자 사회주의자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한다.
이 논문은 정유재란 시의 포로 실기에 포함된 한시에 투영된 화자 의식을 고찰한 것이다. 방법상으로는 시·공간의 변화에 따라 세 시기로 나누고, 그 기간에 지어진 시들에서 화자의 의식이 변모하는 추이를 살폈다. 대상은 일기 형태의 글에 포함된 시로 한정했는데, 그것은 실기에 포함된 시에서 화자의 기억이 가장 적게 굴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피로 전후부터 일본의 거류지에 도착하기까지 지어진 시는 일부 인사들의 기록에만 나온다. 그 가운데 강항의 시에는 사적인 감상이나 고뇌는 최소화되고 담담하게 상황을 감내하는 절제심이 뚜렷이 나타났다. 정희득과 정호인이 피란 중에 쓴 시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도와주지 않는 자연에 대한 원망과 안타까움이 스며있다. 일본에 있을 때 지어진 시 가운데, 노인의 것에는 온전히 귀국하여 임금께 충성하고 일본에 복수하겠다는 의식이 드러난다. 강항은 일본에 억류돼 있을 때 지은 시에서도 늘 충성심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이력이 훗날 시비를 불러일으킬 것을 예상하며, 환국한 뒤에는 조용히 은거할 생각을 드러냈다. 정경득 일족은 오직 생환하는 것만을 지상과제로 여겼다. 그들의 시에는 오직 고향과 부모를 그리는 의식만이 담겨 있다. 환국하는 과정에 지어진 시 가운데, 노인의 것에는 부모형제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깊이 투영되어 있었다. 강항의 시에는 성은이 포로 신세인 자신에게까지 미친 데 대한 감개무량함과, 이로 인해 갖게 된 충성심과 절의가 뚜렷이 드러났다. 정경득 일행은 돌아오는 과정에 대마도에서 6개월 동안이나 발이 묶이게 되는데, 그 결과로 시에도 초조함과 절망감이 깊이 스며있었다. 특히 밤에 우는 새에게 실향인의 의식을 깊이 가탁하기도 하였다. 이런 방식의 연구 결과를 통하여, 피로자들의 삶과 의식을 훨씬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은 일기 속에 기록된 편지 등의 산문이나 대화 자체만으로 피로자의 의식을 검토하는 것과는 다른 시각과 가치를 지닌 것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의의를 지닌다고 하겠다.
<KYUMUNSUJIYEOHAENGJIDO(閨門須知女行之圖)> is a playbook that was passed by Queen Inhyeon to her beloved sister, Mrs. Min, when she was dethroned, became an ordinary citizen, and stayed at a private residence. Unlike <SEUNGKYEONGDO(陞卿圖)>, which is a playbook mainly about males under the theme of public positions, the theme of <KYUMUNSUJIYEOHAENGJIDO> is based on the deeds of women in the Joseon Dynasty period. Mrs. Min was the one who married Lee Janghwi (李長輝), and the version of <KYUMUNSUJIYEOHAENGJIDO> still in existence is the one copied by a great-great-grandchild, Lee Ok(李鈺)of Mrs. Min. <KYUMUNSUJIYEOHAENGJIDO> is roughly constructed with four parts; the first part is for the farthest line from the playboard, which is filled with evil women and evil deeds. The second part is for the second farthest line, which describes appropriate behaviors for women. The third is the third farthest line, which states the names and deeds of 32 outstanding women in 7 columns x 5 rows. The fourth part is called ‘TAEIM(太任)’, locating at the highest line. It is where this play ends and it is with a description, ‘holy married women’. <KYUMUNSUJIYEOHAENGJIDO> is started with ‘SA(肆), WI(僞), JAE(才), JAENG(行), GYEONG(敬), and SUNG(誠), at the center of the bottom line. From this, it is possible to assume that this game is supposed to be played with a dice (YUNMOK 輪木). On each space of the board, the place to go is described. While playing this game, players of this game can learn about appropriate and inappropriate deeds for women as well as women worthy of respect and who are not.
이 글은 일연이 쓴 <김현감호>의 플롯을 분석하여 그 서사적 성격을 밝히고 이를 12세기 여성의 삶과 관련하여 해석한 것이다. 일연은 <김현감호>에서 김현과 호녀의 이야기, 신도징과 호녀의 이야기를 쓰고, 두 이야기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밝힌 뒤 찬을 통해 김현이 만난 호녀를 기린다. 이 글은 두 이야기와 일연의 평가까지를 <김현감호>의 플롯으로 보고, 먼저 김현과 호녀의 이야기와 신도징과 호녀의 이야기를 <호원>, <신도징>과 각각 비교하고, 일연이 두 서사에 대해 평가한 부분을 분석했다. 일연은 두 이야기를 병치한 뒤 신도징 이야기의 호녀는 배신자로 김현 이야기의 호녀는 자신을 희생해서 인(仁)을 이룬 윤리적 존재이자 절을 지어주기를 원하는 종교적 인물로 평가하고, 김현도 부처가 감응할 정도로 신심이 깊은 종교적 인물로 평가했다. 일연은 <김현감호>에 나타난 애정전기적 요소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던 반면, 불교적인 요소를 강화하는 데 더 관심이 있었다. 또한 일연은 여자의 행위를 김현과의 사랑보다는 가족을 위한 희생에 초점을 맞추어 평가했다. 이처럼 남자를 위한 희생의 플롯에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여자의 플롯을 더한 결과 <김현감호>는 가부장적 성격이 강화된 젠더화된 플롯의 형태를 띤다. 이러한 가부장성의 강화는 12세기 당시 여성들이 종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성이 가부장적 가족제도에 맞는 의식구조와 생활을 요구받았던 것과 관련이 있으며, 일연이 <김현감호>를 통해 보여준 가부장적 의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현감호>는 12세기 무렵 인간/남자와 호랑이/여자의 사랑을 다룬 두 플롯이 경합하다가 김현의 이야기가 선택되는 현장을 보여주며, 애정전기가 불교적 서사로 전환하는 현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서사론의 관점에서 볼 때도 매우 흥미로운 텍스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12세기 무렵 전기를 둘러싸고 일어난 서사 전환의 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삼대록계 국문장편소설에서 집단이 개인을 소외시키는 양상과 그 원인에 대해 고찰하였다. 한 사람이 가문이나 가족 내에서 비웃음이나 따돌림을 받거나 용인되지 못하는 경우들을 집중적으로 살핀 것이다. 이 작품들은 가문의 창달이나 번영, 지속을 지향하는 소설들이기에 개인보다는 집단을 먼저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그 집단 내부에는 공유하는 도덕적 이데올로기나 가치관, 이념 등이 존재하기에 이를 강조하고 강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개인을 소외시키는 양상은 그 가문에 새로 들어가는 여성들이 무식하거나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음란할 때에 은근하게 드러난다. <유씨삼대록>의 순씨, <임씨삼대록>의 목지란 등이 대표적인데, 가족들은 그녀들을 비웃고 회피하거나 배척한다. 또 <소현성록>연작에서는 가문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딸이나 조카를 죽이거나, 가족의 일원이 따로 나가 살지 않기를 권하거나, 사적인 재산을 갖지 않기를 바라는 등 개인보다는 집단의 가치와 이념, 화합을 중시하는 태도들이 나타난다. 이는 식욕(食慾)이나 색욕(色慾) 등 본성을 억제하기를 바라는 도덕적 이데올로기의 영향이었던 듯하다. 또한 충효열(忠孝烈) 등을 중시하는 가치관과 가문 위주의 사고방식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이러한 도덕적 이데올로기나 집단적 가치와 이념 등은 그 집단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어서 개인에게는 폭력적으로 작용하였으리라 생각된다. 개인이 소외되는 양상은 신화나 전설, 민요, 야담 등에서도 보이는 바이지만, 소설을 통해 구체적인 정황과 언술, 서술자의 시각 등까지 읽을 수 있어서 독자들에게 더욱 생생하게 전달되었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공동체를 중시하고 그 문화를 중시했던 조선후기의 사람들은 집단의 이념이나 가치관 등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기에 개인은 더욱 소외되곤 했다. 하지만 소설 향유를 통해 공감이나 연민과 함께 자각이나 반성을 불러일으켰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연구의 범주를 넓혀 다른 유형의 소설들을 더 고찰한다면 노인이나 이방인, 장애인 등이 소외되는 양상도 살필 수 있을 것이다. 사회와 개인, 개인과 개인의 생각과 감정의 소통이 어려워 관계가 단절되고 서로를 소외시키는 현실에 대한 성찰, 고전문학을 통한 감발과 반성, 위로를 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본 논문은 <안빙몽유록>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창작의 장소이자 소재로서 정원에 주목하여 정원에 대한 사대부의 인식과 기재를 중심으로 하는 신광한의 정원을 고찰함으로써 당대의 정원 문화가 작품 창작에 끼친 영향을 밝히고자 하였다. 사대부에게 정원은 산수 경물의 관람과 양화를 통해 격물치지를 수기치인으로 연결하는 도구였으며 수양의 공간이었다. <안빙몽유록>의 창작 시기로 볼 때 <안빙몽유록>의 정원은 신광한의 ‘기재’에 기초하고 있다. 신광한은 정원의 객물에 감정을 이입하지 않고 객체의 특성을 살리면서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양상을 보인다. 객체가 가진 고유의 성격과 객관적 정보를 활용하면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신광한은 자신의 일상을 <안빙몽유록>에서 구현하였다. <안빙몽유록>은 일상적 공간을 소재로 갈등 없이 조화로운 모습을 지향하고 있기에 전대 소설에서 성취하였던 세상과의 갈등이나 첨예한 작가의식이 나타나지 않는다. 조선시대의 정원 문화를 통해 <안빙몽유록>을 이해하는 것은 작가 신광한이 가진 도학자로서의 면모를 분명히 하고 16세기 소설로서 <안빙몽유록>이 가진 문학사적 위치를 재구하는 방법이 된다.
본고는 <종갈양문록>과 <황경양문록>의 존재가능성을 통해 19세기 말, 20세기 초 양문록계 소설의 연작원리와 수용사적 구도를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양문록계 소설은 삼대록계 소설에 비해 그 유형성을 확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어 왔다. 특히 <몽옥쌍봉연록>-<곽장양문록> 연작은 양문록계 소설의 유형성을 자리매김하는데 어려움을 줬다. <금향정기>와 ‘종갈양문록’의 언급, <남강월>과 ‘황경양문록’의 언급을 통해 양문록계 소설이 연작성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금향정기>와 <남강월>은 <몽옥쌍봉연록>-<곽장양문록> 연작에서 전편인 <몽옥쌍봉연록>이나 양문록계 소설의 전반부에 해당한다. 양문록계 소설의 연작성은 양문록계 소설이 그 존재기반이 탄탄한 유형임을 보여준다. 한편,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는 장편소설 위주의 전통세책점이 중단편소설 위주의 근대세책점으로 변모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이는 독자층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세책가의 상업성과 결부된 전략적인 방편으로 양문록계 소설의 연작성을 활용하여 독자를 확보하려 했던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양문록계 소설은 당대인들에게 연작으로의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독자 및 개작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활용된 유연한 장르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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