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연구활동 영역에서는 사물이나 현상을 객체화시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내 자신에게 혹은 학생들에게 늘 강조해왔다.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와 달리, 우리들은 우리 자신이 포함되어있는 사실ㆍ현상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로 그 대상을 객체화시켜 본다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에 그렇게 강조해온 것이다.
지금 나는 두 가지 의미에서 한국 사회과의 “밖”에 서있다. 한국을 떠나, 밖(일본)에 체류하기 시작한 지 10년이 가까워지고 있고, 교원양성의 틀 밖에서 연구교수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의 사회과를 객체화시켜 보기 쉬운 입장이다. 물론, 밖에 있다고 해서 그것으로 곧 객체화시켜 보는 조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는 없다. 밖에 있어도 한국 사회과에 대한 관심과 애착은 그대로이고, 특히, 그 안에서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이 내 인생에서 얻을 수 있었던 가장 보배로운 존재들이기에, 객체화의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밖에 있으면서, 거기에 남겨 둔 미련에 매달리지 않고, 거기서 활동하는 이들을 지켜보고, 그들의 활동의 성과를 따뜻하게 비판하고 걱정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자기 변호에 여념이 없을 때보다는, 기원하는 마음의 방해를 받기는 하겠지만, 한국의 사회과를 객체화시켜 볼 수 있는 입장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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